아름다운 선행, 고령 용리에서 찾은 '철괴' 기증
-20여년전 고령 쌍림면 용리에서 주운 철괴-
안영준 기자 / ayj1400@hanmail.net입력 : 2015년 08월 24일
| | | ↑↑ 아름다운 공유, 고령 용리에서 찾은 철괴 기증 기증 | ⓒ CBN 뉴스 | | [안영준 기자]= 20여년 전 고령 쌍림면 용리에 출장 갔던 삼촌이 우연히 취득한 철괴, 차마 놓아 버릴 수 없었던 오랜 관심의 끝 결국 대가야박물관 품으로…
아름다운 공유, 고령 용리제철유적에서 찾은 10.1kg 철괴 기증, 전통제철의 맥이 끊어져 버린 한국의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는데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녔다.
지난 2003년 11월 25일 대가야박물관 학예연구팀은 고령군 쌍림면 용리에서 고령군 관내에서 처음으로 고대 철생산 유적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용리 제철유적에서는 철광석을 녹이는 제련로(製鍊爐)의 잔해인 노벽편(爐壁片)과 제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인 슬래그[철재:鐵滓], 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鐵鑛石) 등이 확인되었고, 특히 일본의 전통 제철인 다다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작은 송풍구(送風口)가 확인되어 주목을 끌었다.
그것은 한국 고대 제철유적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대가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당시 고령 용리 제철유적의 발견은 대가야의 철 생산을 밝히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중요성이 주목되어 지역의 각 방송사 및 언론사에서 크게 보도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난 2015년 6월 29일 고령군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용호 선생(현 63세/ 현 쌍림면 합가리 거주)이 제법 크고 무거운 철괴(鐵塊) 하나를 들고 박물관으로 왔다. 길이 38㎝, 너비 24㎝, 두께 13㎝ 정도의 크기로서 무게는 10.1㎏이나 되었다.
그것은 철광석을 녹여 쇠를 만드는 제련로 바닥의 일부였다. 노 바닥에는 철광석이 녹아 완전히 환원된 철 덩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윗면에는 거품처럼 많은 기포를 가진 슬래그가 부착되어 있다. 특히 가장자리의 형태가 노의 바닥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양호한 상태로서, 이는 당시 제련로의 형태를 추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재 상태로는 말각방형 또는 말각장방형의 평면형태의 제련로로 추정되며 이는 한국 고대 제련로가 일반적으로 원형인 것과 차이가 있다. 환원된 철의 상태는 완전히 용융된 선철(銑鐵)의 모양을 보이며 철괴의 양과 슬래그의 상태로 볼 때 어떠한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조업하던 중에 중단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못생긴 녹덩어리 하나가 가지는 학술적 가치와 의미는 매우 크다. 지금은 알 수 없는 고대 제련로의 규모와 구조를 복원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용리 제철유적에서 사용한 제련의 원료가 사철인지 철광석인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단계의 품위(品位)를 가진 철을 생산할 수 있었는지 제철기술적인 측면의 검토도 가능하다. 특히 철괴의 표면 곳곳에 동물의 뼈로 추정되는 흰색 물질이 미처 녹지 못하고 그대로 박힌 흔적이 있는데, 이를 분석하여 만약 동물뼈나 석회질 물질로 밝혀진다면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증거가 된다.
일반적으로 고대 제철에서 철광석이 잘 녹아 철과 슬래그의 원활한 분리를 위해 유동성을 높이려고 짐승뼈나 조개껍질 등 석회질의 동물뼈나 석회석을 조재제로 첨가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주에 있는 신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주조에 얽힌 인신공희(人身供犧)의 설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 철괴는 오래 전(20여 년 전)에 이용호 선생의 삼촌 이재곤 옹(현 68세/ 현 대구시 대명동 거주)이 고령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쌍림면 용리로 출장을 갔다가 발견하여 주워온 것이라 한다. 주민들이 시부리터(쇠부리터), 무시골(무쇠골)이라 부르는 돌너덜에서 주웠다고 증언하는데, 그 돌너덜은 바로 10여 년 전 대가야박물관에서 찾아낸 용리의 제철유적이다. 삼촌이 별로 쓸모없는 물건으로 여겨 집안 어느 구석에 둔 것을 최근 이용호 선생이 다시 찾아내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박물관으로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용호 해설사의 지역 역사 문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칫 볼품없는 녹 덩이로만 여겨 망실하기 쉬운 물건인데 이를 기억해 집안 구석에서 다시 찾아낸 것이다. 만약 자료가 된다면 흔쾌히 기증하겠다는 의사도 덧붙였다.
우리의 문화재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하겠다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시민들의 작은 관심과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면 신비스런 철의 왕국 대가야의 철 생산 문제를 풀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 기대된다.
대가야박물관에서는 절차에 따라 이 철괴를 기증 받아 차후 연구 및 분석 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전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
안영준 기자 / ayj1400@hanmail.net 입력 : 2015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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