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권영호_회유_1998_캔버스에_유채 | ⓒ CBN 뉴스 | | [이재영 기자]= 포항시립미술관이 포항미술사 정립을 위해 매년 한 차례 진행하는 ‘지역작가조명전’으로 올해는 1960년대 포항화단의 든든한 근간을 형성하는데 일조한 고(故) 권영호(權永鎬, 1936~2012) 선생의 유작전을 오는 10일부터 9월 28일까지 진행한다.
권영호 선생의 초기 활동 여정을 쫓아가다 보면 포항화단의 여명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선생이 포항지역화단의 서막을 열었던 시기는 선생이 구룡포중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한 1961년 무렵이다.
이 시기에 권영호 선생은 경상도에 고향을 둔 서라벌예술대학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문동미우회’(文童美友會, ‘미우전’은 2회 동안 진행되다가 ‘서라벌동문전’으로 명칭이 바뀜)에 창립 멤버로 활동하였으며, 1962년 ‘권영호-정외자 2인전’을 비롯하여 1963년에는 포항인근 미술대학 출신 모임인 ‘향미전’을 창립함으로써 노태용, 원용일, 박명순, 이방웅, 김순란, 정외자와 함께 포항화단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선생은 10여 년간 대구·경북지역 중등미술교사와 작품 활동을 겸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할 수 있는 전문 화랑이 없었던 이 시기에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당시의 문화공간이기도 했던 다방이 전시공간으로 많이 이용되었다는 것인데, 포항 역시 당시 화가들의 모임 장소이기도 했던 ‘청포도다방’(대표 박영달, 사진작가)이 전시공간으로 인기가 있었다. 향미전 창립전도 바로 이 청포도다방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푸른 회유(回遊)’인 것처럼,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배경으로 작업한 작가 권영호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물고기이다.
물고기에 대한 선생의 애정은 유년기를 보낸 구룡포와 관련한다. 떼를 지어 이동하며 자유롭게 노니는 구룡포의 물고기는 팍팍한 삶을 살아온 작가에게 있어서 순수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소망의 표현이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다.
초등학교(현 구룡포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방면에 예술적 기질을 보였던 권영호 선생은 1958년 서라벌예술대학 연극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였으나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미술로 전향했다.
| | | ↑↑ 권영호_달과문 | ⓒ CBN 뉴스 | | 이후 포항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포항화단 형성에 일조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중등미술교사로 활동하고, 1976년에는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40여 년간 포항화단과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초기 권영호 선생이 남긴 작품과 60년대 사진자료, 팸플릿 등은 포항미술사 구축에 소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회화작품 25점과 1960년대 포항을 문화사적으로 엿볼 수 있는 관련 자료 6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선생의 작품 세계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1960년대~70년대의 거칠고 투박한 어부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 1980년대~90년대의 목어와 한지를 이용한 불교적이고 민간신앙적인 작품, 그리고 고향으로의 회귀를 상징하는 물고기를 소재로 한 반구상적인 작품이 그것이다. 이번 ‘푸른 회유-권영호’ 전시를 통해서 선생의 작품 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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